남자친구 부모님께선 지방에 사시고
남자친구와 남자친구 누나는 서울에 살아요
남자친구는 저와 같은 직장 다니고 연봉도 거의 같고 취미생활도 같고 둘 다 경제력도 넉넉한 편이라
별로 다툴일이 없었고 사랑도 현실도 문제없을 거라 생각했어요
근데 결국 일이 터졌네요
정식으로 청혼을 받았고 슬 결혼 얘길 하면서 이것 저것 조율하다보니
남자친구가 조심스레 누나도 같이 살면 어떻겠냐고 물어오는 거에요
남자친구는 지금 누나랑 같이 살고 있어요
누나가 연세가 좀 있으시고 무직이세요
변변한 곳에 취업할 능력은 없으시고 변변찮은 곳에는 본인이 들어갈 의사가 없으세요
지금까지는 남자친구의 경제력으로 잘 지내오신거 같아요
그런데 그 누나분이 죽어도 제 남자친구랑 같이 사셔야 겠대요
처음엔 경제력 때문에 그런 건지 알고 어차피 더이상 남남이 아니니 작은 오피스텔 월세 보증금 정도는 댓가 없이 드릴 생각이었어요.
그리고 석달 월세 및 생활비도 드릴테니 석달 안에만 하실 일을 찾든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든 알아서 하시라고 말씀도 드렸죠
"석달이 지나고 못 구하면 난 어떡해?" 하시길래
그럼 그 땐 시댁이랑 의논하시라고. 제가 며느리로 들어가면서 노쇠한 부모님도 아닌 시언니 드릴 생활비까지 벌 생각은 없다고 딱부러지게 말씀 드렸어요.
저는 그 정도면 시언니에 대한 기본 도리는 한 것 같다고요
그러니까 누나분께서 자기 남동생 돈은 자기한테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냐고 하시네요
그래서 제 남자친구가 벌어온 돈과 제가 벌어온 돈은 양가 부모님 용돈 드리고 저희 미래를 대비해 적금 붓고 그리고 아이가 생길 때, 그 아이 학교 보낼 때 대비해 모을만큼 모으고
그리고 저희 충분히 아쉽지 않게 살 거 마련하고 나서 그러고도 남자친구가 돈이 남는다고 하면 그 땐 그거 어떻게 쓰든 상관 안 할 거라고 말씀 드렸어요
그랬더니 절대로 저희랑 같이 사셔야겠다시네요
자기는 평생 돈 벌 생각 없다고
그렇다고 엄마아빠한테 어떻게 기대냐면서 남동생한테 기대겠다시네요
ㅇ_ㅇ읭?
남자친구가 몇 번이나 누나를 설득해보다가
누나분께서 죽니사니 하신 거 같아요 내가 이렇게 살아서 뭐하냐는 둥
그쯤 세게 나오시니까 저를 설득하기 시작하네요
어차피 누나가 사치를 하는 체질도 아니고 우리는 맞벌이니 집안 일도 도와달라고 하면 어떠냐 이러면서
그렇다고 제가
언니 소파가 너무 더러워요 좀 닦아주세요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?
설거지 안되있으면 그거 누가 하게 될 거 같아요?
그리고 사치 하는 체질 아니라도 뭐 드시고싶다 뭐 드시고싶다 하실 때
안사다드리면 보나마나 남자친구 물고 늘어지실 게 뻔한데
그래서 싫다고 말했더니
남자친구가 저한테 "너는 너무 이기적이다" 라고 하네요
^_^?
하아
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
저 이기적임?
그쵸 이기적인 걸 수도 있죠
일단 남남도 아니고 식구가 굶어 죽을지도 모르는데도 같이 살기 싫다고 했으니
그래서 말 해줬어요
"나는 너를 너무너무 사랑하니까 니가 이기적인 여자랑 평생 사는 건 못보겠어. 헤어지자."
도무지 결론이 안 날 거 같더라고요
그렇게 말 하고 지금껏 문자며 전화며 휴대폰이 불이 나고 있네요
잘못했다며 어떻게든 누나를 설득해본다는데
제가 이렇게까지 다른 사람 상처 입히며 살게 될 지 몰랐어요
저는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제 행복을 희생할 수도 없었거든요
그냥 헤어지고 와서
담담하게 넉두리 늘어놓는 거에요
사실 남자친구가 나쁜 건 없잖아요 좋은 사람이에요
그렇지만 이제와서 결혼한다고 해도
평생 이 일을 가슴에 담고있는 그 남자를 대해야 겠죠
돌이키지 않으려고요
잘했다고 해주세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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